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라면 더욱더. 멀지 않은 거리의 사람을 바란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이 오는 사람은 불편하다. 스스로와 어떤 사람의 사이에서 플러스의 거리이든 마이너스의 거리이든 내가 원하는 정도의 거리와는 다른 거리를 보게 된다. 그 거리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 모르겠다. 확신하고 말을 거는 것이 쉽지 않다. 거리 확인. 다른 무엇보다도 그게 어렵다.
용감하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 디자이너를 MSN에 덜컥 추가하고 팬 할래요! 라며 말을 먼저 건네던 나는 없다. 반가워요, 하면서 손을 덥석 잡고 포옹을 하고 처음 만났던 사람에게 글자로 마음을 털어놓던 사람은 없다. 능동이라고 할 수 있었을 법했던 나는 이제 상대가 말을 걸어오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이야기할 주제가, 용무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그렇지 않다면 순간의 변덕이다. 그러하다.
나이를 먹고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아직 살 날이 더 남았으니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인데 정작 내 머릿속에 모르던 사람을 집어넣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새로 만드는 것 힘들어졌다. 왤까. 오해하지는 않을까, 화를 내지는 않을까, 그런 것들. 아니면 많이 알수록 사람들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내 웃기지도 않은 오지랖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더는 도움도 안 되는 남 신경쓰기 따위는 그만 해 집어치워! 하며 신경이 파업을 선언했을지도. 농담이고.
사실은 안다. 아마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에 확신이 없기 때문일 거다. 그 때와 같은 이야기다. 나는 믿었는데. 저쪽은 나를 원망하고 욕하고 비난하면서 내 앞에서만 그것들을 속에 칼처럼 숨기고. 웃었다. 그리고 찔렀다. 나는 믿었는데.
아무튼 경험치는 많이 쌓였다. 나는 사람이 겉의 모습과 안쪽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안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다르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겉과 안이 다른 사람들. 그런 사람들 투성이다. 그래서, 그들을 믿을 수 없다. 내가 그들을 가깝게 보는 만큼 그들도 나를 가까운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그들을 믿는 만큼 그들도 나를 믿고 있을까. 이제는 그 방향으로 발달이 극히 더뎠던 나조차 싫은 사람 앞에서도 밝게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인데 나보다 일찍들 머리가 컸을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잘 숨길 수 있을까. 저 미소 뒤에는 얼마나 독한 마음이 숨겨져 있을까. 악의가 숨어 있을까. 어떤 걸 뺏거나 해꼬지하고 싶어하는 걸까.
그런 것들이 두려운 게다.
먼저 말을 거는 것은 피곤하다. 먼저 사람에게 신경쓰게 되는 것은 곤란하다. 많은 사람과 넓게 사귈수록 내가 한 사람에게 쏟을 수 있는 관심은 적어진다. 줄어든다. 갈수록 그러하다. 그러니까 지금 있는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다.... 더 중요하고. 더 집중해서 생각하고 싶다. 그렁게 생각하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때 느끼는 신선한 기분들은 느낄 수 없는 걸까? 라고.
여전히 덜 자라고 사회적 사람으로서의 발달이 느린 나는 적당히 끊고, 적당히 받고, 적당히 나서고, 적당히 피하는 데에, 소위 어른의 정서와 다테마에에 아직도 익숙지 않다.
가끔 생각한다. 그냥 자라지 말 걸. 자라지 않았던 김에 차라리 영원히 생각 없이 이런 눈치없는 사람인 채, 자신이 뒤통수를 맞는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할 만큼 순진했었다면 좋았을걸. 누구와의 거리도 신경쓰지 않고 어떤 관계에서도 상처받지 않았던 철 없던 어린이로 남았으면 좋았을걸. 하고.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느 다른 누구도 필요 없게끔 나로서 온전히 있었으면 좋겠다.
제목 : 본심에서 멀어지기. ♣ Trackback to 「거리를 재는 것은 어렵다.Click」 by Ηellă(님).
거리를 잰다는 이야기에 나름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서 트랙백.
지금 쓰려는 글은 Ηellă 님의 원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기보단 그냥 거기에 자극받아 떠오른 잡생각들일 뿐이지만, 원글도 가슴에 와닿는다. 나도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MSN에 덥썩 추가해놓고 거리낌없이 인사도 하고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