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명 보고 왔다. 기분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잠깐 웃고 끝날 코메디 프로 같은 느낌이야.
2.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 상태가 좀 쨍해졌다고 하더라. 이게 회복일 리는 없으니 이제 곧 사그라지겠지. 제발 장례비 달라고 손 벌리진 마세요. 아버지는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 적당히 대답했다. 그럼요. 잘 지내요. '거기만 아니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어요'는 삼켰다.
3. 간만에 닭하고 노래방 게이지 채웠다. 신림에 간 김에 케이크를 사왔다. 훨씬 작아지고 비싸졌더라.
4. '밖에'를 말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5. 안개가 가득한 길. 나는 인적 없는 길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노란 점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손도 팔을 쭉 뻗어 보려 하면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농후한 안개에 휘감겨 가고 있다고 느꼈다. 조용하고 고요하다고 느꼈다. 귀를 기울였다. 치지직 가는 소리가 수많은 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리로, 웅성이는 소리로, 고함들로 바뀌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세상이 노랗게 조용해지기 시작했다.